통계수치는 수치일 뿐이지만

2003. 8. 24. 11:08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남대문의 어느 사진기점포에 보니까 라이카 R마운트 280mm f/4.0 APO렌즈가 220만원에 나와 있습니다. 이 렌즈를 사고 싶어 여기저기 알아볼 때는 회현지하상가에 있던 명동카메라에서 270만원을 달라고 하던 것입니다. 가격이 220만원이면 조금 무리하고 제가 가진 다른 것들을 팔면 사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렌즈를 산다고 해서 사진이 달라질 것이 무엇이 있겠나 싶기도 하여 망설였는데 제게 아주 좋은 글을 누가 올려주어 다시는 더 렌즈를 사지 않는 것으로 다짐하였습니다. 물론 그렇게 마음먹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고 지키지 못할 혼자만의 맹세를 여러 번 했기에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될 것이라
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다짐을 하면서 그 글을 인용합니다.

Bongo's Law : 렌즈의 가격은 사용빈도에 반비례한다.
1000mm f/6.3 망원렌즈를 가지고 싶어 속으로 고민하신 적 있으신 가요? 그 가격이 차 한대 가격이상이라는 것도 아시겠지요? 그 높은 가격의 이유가 찾는 사람이 적어서라면 도움이 좀 될지 모르겠습니다. 또는 니콘에서 나온 300mm f/2 ED IF Nikkor를 수집하고 싶어하실 지도…. 가격이 개당 $29,000하는 이 렌즈 생산량 350개쯤의 대부분이, 가난한 사진가들이 아닌 헐리우드 무비 카메라로 팔려나갔습니다, 이런 렌즈들은 대부분이 수공품으로 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습니다. 예로서 200mm-600mm f/9.5 줌렌즈는 중요 생산업체 중의 한곳에서 만들고 전세계에 시장을 위해 총 186개가 만들어 졌습니다. 1000mm f/6.3 의
경우는 더 해서, 고작 60개쯤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렌즈의 중고가격은 고작 $12,000정도입니다. 처음 가격은 비싸지만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사진모임에서 나만 혼자 그 렌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빠지지 마십시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은 아마도 필요하지 않은 렌즈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렌즈들이 꼭 필요하시면 다른 전문가들처럼 빌려서 사용하십시오.

아래 표는 초광각렌즈가 표준렌즈에 비해 사진 당 소요경비가 800배나 더 비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 렌즈를 사면 살수록, 소요경비가 늘어난다!
렌즈(Lens)--사용빈도(use %)--렌즈가격(lens cost)--롤당 단가(cost/roll)--배율(factor)
<=21mm--- <1%------ $1,000----- $200.00----- 800x
24mm------ 2%------ $400------- $40.00------ 160x
28mm------ 3%------ $250------- $16.67------- 67x
35mm------ 4%------ $200------- $10.00------- 40x
50mm----- 78%------ $100------- $.25/roll----- 1x
85mm------ 3%------ $200------- $13.33------- 53x
105mm----- 3%------ $250------- $16.67------- 67x
135mm----- 3%------ $250------- $16.67------- 67x
200mm----- 2%------ $400------- $40.00------ 160x
>=500mm--- <1%----- $1,000----- $200.00----- 800x

* 롤당 단가(Cost/roll)=(lens cost/5 yr use)/(100rolls x use %)

2. 각 렌즈의 사진 당 단가를 계산하라

수많은 사람들이 글자그대로 수천 달라 짜리 카메라렌즈를 장롱 속이나 가방 안에서 먼지 모으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당 단가를 고려하여 비싼 렌즈는 그에 걸 맞는 많은 필름을 소비해야 합니다. 여기 각종 렌즈의 사진 당 단가를 계산한 예가 있습니다.

장비-------------- 구매가---- 년간경비---- 비 고
사진기(35mm SLR body)----- $1,000---- $200-----5년마다 교환
표준렌즈(50mm lens)---------$100------ $20------5년마다 교환
광각렌즈(Wide Angle lenses)- $500------ $100-----5년마다 교환
망원렌즈(Telephoto lenses)-- $500------ $100-----5년마다 교환
필름(Film and Supplies-100롤)--$1,000---년간100롤, $10/roll

렌즈------ 시상%---렌즈가격---롤당 단가---------사진 당 단가----Factor
표준렌즈(50mm)-----78%-----$20---$20/78롤=$0.256/롤-- 0.7 cents/shot----1x
광각렌즈(wide angle)-10%-----$100--$100/10롤=$10.00/롤-- 28 cents/shot----40x
망원렌즈(telephotos)- 12%-----$100--$100/12롤=$8.34/롤--- 23 cents/shot----33x

광각이나 망원의 단렌즈든 줌렌즈 등과 비교할 때, 표준렌즈의 경우 사진 당 단가가 적어도 34배 쌉니다. 표준렌즈와 같은 단가를 만들려면 광각렌즈나 망원렌즈를 10배 이상 사용하여야 합니다.

물론 통계수치는 통계수치일 뿐이니 그것 가지고 옳다, 그르다 할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저 자신도 어디에 입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표준렌즈보다는 망원이나 광각렌즈를 훨씬 많이 사용합니다. 표준렌즈를 가지고는 있지만 어디 가서 그 렌즈로 사진을 찍을 때는 거의 없습니다. 단, 줌렌즈로 사진을 찍을 때 어쩌다가 보면 표준줌렌즈에서 50mm의 초점거리에 렌즈가 놓을 때는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늘 표준렌즈의 화각으로 사진을 찍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주로 50mm의 화각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화각이 있고 저에게는 제가 좋
아하는 화각이 따로 있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풍경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광각렌즈를 더 선호합니다.


다만 값비싼 초광각렌즈나 초망원렌즈는 사고 싶어 마음을 졸여서 사도 사용빈도가 높지 않다는 것은 저도 인정할 뿐입니다. 돈 버는 목적이 아닌 아마추어들이 더 비싼 장비를 많이 산다고 하는데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투자비용과 수익을 따져서 장비를 구입하지만 아마추어들은 그런 지각없이 그저 사고 싶으면 사기 때문입니다. 제가 1년의 용돈을 절약하여 라이카 280mm f/4.0 APO 렌즈를 산다고 한들 그 렌즈를 1년에 몇 번 쓰겠습니까? 나갈 적마다 가지고 다니느라 땀만 많이 흘리겠지요…. 이제 그런 정도의 분별은 할 정도가 되었는데도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니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인용한 글을 홍재용 님이 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카페에 올려주신 글을 조금 손을 보아 인용한 것입니다. 재용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