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의 갈대

2001. 11. 13. 21:41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지난 일요일에 순천만에 다녀 왔습니다.
출발은 토요일 저녁 10시에 했는데 순천역 앞에 도착한 것은 일요일 새벽 3시 40분 쯤이었습니다. 거기서 아침을 먹고는 그대로 순천 별량면 마산포로 가서 시간을 끌다가 아침 6시에 모두 버스에서 나가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아쉽게도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그만 산 위로 떠오르면서 바다 위로 길게 물들이는 풍경이었습니다. 해는 아주 좋았는데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게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도 기분 좋게 여러 컷을 찍었습니다.


저는 순천만의 갈대를 지난 설 무렵에 보았는데 너무 좋았기에 사진기를 펜탁스67을 준비해 가지고 갔습니다. 렌즈는 50mm, 80mm, 135mm, 200mm, 300mm, 그리고 500mm 반사 렌즈 등 여섯 개를 준비했고, 필름은 120슬라이드 9롤을 준비했습니다. 필름을 많이 가지고 간 것은 시한이 지난 필름 몇 롤을 교수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기에 빨리 처리하려고 많이 가져간 것입니다.
일출을 찍고나서 갈대로 유명한 대대(포)로 이동하려니까 거기 회원 중의 한 분이 아침에 장에 나가는 생선을 사서 매운탕을 준비해달라고 했다고 한 솥 가득 가져와서 40명의 사진인들이 아주 포식을 했습니다.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호의를 베프는 분이 계시다는 것에 대해 새삼 놀랐습니다.


대대(포)로 장소를 옮겨서 갈대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한 만큼 갈대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촬영 장소를 잘못 선정하여 그리 흡족한 촬영은 되지 못한 기분이었습니다. 버스를 내린 곳에서 앞으로 가면 좋다고 하길래 힘들게 갔더니 실망스러웠고 뒤로 다시 이동을 했을 때는 이미 시간에 쫒기는 마음이 되버렸습니다. 그래도 필름 두 롤을 다 찍고는 곧바로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도 괜찮은 편이었으나 시간을 너무 느슨하게 주는 바람에 오는 사간이 무척 길어졌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서울포토클럽은 장거리 촬영을 나가고 서울에 아홉시, 늦어도 열시 도착을 목표로 시간을 운영하는데 여기 팀은 시간 개념이 좀 소흘하더군요...


저도 장비병 중증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따라간 팀의 장비 수준은 제 상상을 뛰어넘는 정도였습니다. 우리 팀에서는 제가 두 번째 정도의 고가 장비인데 거기 가서는 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습니다.


다시 한번 사진 장비의 길은 끝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거기 단장님이 하시는 말씀, 다른 클럽 사람들이 여기에 오면 장비에 주눅이 들어 다시는 오지 못하겠다고 한다더라, 제발 장비만 프로을 찾지 말고 사진에 프로가 되라 였는데 사실 저도 거기서 크게 벋어나질 못하는 것 같아 얼굴 붉히고 말았습니다.
이제 가을이 저물어 갑니다. 더 늦어지기 전에 가을 모습을 부지런히 사진에 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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