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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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가로수
남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팝나무가 이젠 수도권에서도 흔해지면서 5월의 진풍경을 연출한다. 언젠가부터 도심과 동네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이맘때면 어렵지 않게 이팝나무 꽃을 볼 수 있다. 온난화 영향이란다. 올핸 유난히 개화가 일러 4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만개하면 나뭇잎과 줄기를 덮다시피 해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수북이 쌓인 듯하다. 옛 우리 문헌엔 꽃 피는 모양이 쌀밥을 연상시켜 이름이 유래했다지만, 이팝나무 학명(치오난투스 레투사)엔 ‘흰 눈꽃’이란 뜻이 담겼다고 한다.이팝나무가 가로수로 각광받는 건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꽃가루가 날리지 않아 사람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앞 다퉈 이팝나무길을 조성한다. 반면에 동요에 등장할 만큼 어릴 적에 흔했던 포플러(미루..
2024.05.12 -
사라지는 ‘도덕 쟁탈전'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지만, 여전히 조선 시대를 지배했던 성리학의 영향이 남아 있는 나라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계속해서 선진국적 시스템을 갖춰 갔지만, 구성원들의 인식 속에는 성리학의 본령인 도덕과 명분론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8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한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일본 교토(京都)대 교수는 한국 사회를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거대한 극장’으로 규정했다. 그는 “운동선수나 연예인도 경기 성적이나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납득시킨 후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이 아시안컵 축구 대회에서 “나라를 위해서 뛰는 몸인데 힘들다는 건 핑계”라고 말한 것이 오구라 교수가 지적했던..
2024.05.11 -
전가의 보도
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만일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회견에 앞서 야권 의석이 170석일 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사실을 거론한 바 있다.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채상병 특검을 고리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저런 토 달지 말고 채해병 특검법을 전면 수용하라”고 촉구했다.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날 회견 내용에 대해 “윤 대통령이 국민의 ..
2024.05.10 -
‘검수완박 시즌2’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를 앞두고 ‘검찰개혁 시즌2’의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였다가 윤석열정부 들어 사그라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고리로 양당 지도부가 힘을 모으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개최한 ‘제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에서는 22대 국회 개원 직후 6개월 내 검수완박 입법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토론회 인사말에서 “검찰개혁해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랑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데 결국 검사 몇 사람으로 인해 대한민국 모든 게 엉망”이라며 “21대 국회는 검찰개혁을 실질적으로 완수하지 못했..
2024.05.09 -
이재명의 횡포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공약한 전 국민 대상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용사면 등을 거론하며 ‘처분적 법령’을 많이 활용하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주문에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적극 부응하고 나선 결과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주려면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추경에 반대하는 정부를 무력화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집행력을 갖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해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이다. 처분적 법률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공소시효를 정지한 5·18특별법 조항을 비롯해 입법 사례가 적지 않다..
2024.05.08 -
백년기업
두 번 상속하면 회사가 사라진다."(2020년) "상속세 때문에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다."(2023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한 발언이다. 이는 셀트리온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법을 고치지 않는 한 다른 기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영향은 국가 전체에 미친다. 먼저 앞의 언급을 따져보자. 현행 상속세율은 50%(최대주주 할증 적용 60%)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못한다고 가정할 때 단순계산하면 보유 지분 100%를 물려받아도 40%만 남는다. 한 번 더 이 과정을 반복하면 지분율은 16%가 된다.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 뒤의 말도 현실화하고 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은 상속세 대신 6조원 규모의 세금을 내기 위해 넥슨 지주사 NXC 지분 29.3%를 물납했다. 기획재정부가 NXC의 ..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