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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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잔치는 그만하고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한동훈의 압승’ 표현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친윤,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 내지 심판이기 때문입니다. 총선의 판박이 재현인 셈인데, 그때와 달라진 게 없으니 같은 결과가 나온 것뿐이라는 것입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심과 민심의 동조화 현상으로. 충성 지지자들도 돌아앉았다는 뜻이니. 윤심은 용도 폐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한동훈 신임 당대표에게 당정관계 복원, 여당 쇄신 등의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깔끔한 수재 정도의 이미지로 보입니다. 빠른 두뇌회전과 감각적 언변도 시간이 지나 가벼운 순발력쯤으로 퇴색했습니다. 주문들을 감당할 역량은 미지(未知)인데, 검증시간이 짧아 부풀려진 허상을 실력으로 볼 건 아니고 이제 곧 실상..
2024.07.26 -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
한동훈 압승의 팔 할은 김건희 여사의 힘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초반, 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사과에 관해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선수로 등장했다. 경선 막판인 20일엔 검찰총장 패싱 ‘여왕 조사’를 받은 것이 드러나 무더운 여름 다수 국민을 더 열받게 했다. 당 대표를 뽑는 ARS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21∼22일 진행되는 걸 김 여사가 알고도 그 전날 나선 것이라면, 대선 캠프 시절 ‘개 사과’를 연상케 하는 정무감각이다. 이 나라가 ‘검사 위에 여사’의 나라란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들고나왔던 공정과 상식은 정녕 개나 주라는 건가?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이미 두 번의 경고를 보냈다. 작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4·10총선 때 회..
2024.07.25 -
그저 고맙지
“그저 고맙지. 할 만큼 다 했어. 가족이 걱정이지.” 20세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아침이슬’의 작사·작곡자이자 가수이며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 년간 이끈 연출가 김민기는 21일 이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족은 24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김민기의 발인식을 엄수한 뒤 아르코꿈밭극장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고인이 생전 33년간 작품을 올리고 신인 배우들을 발굴한 소극장 학전이 있던 곳입니다. 생전 그에게 ‘빚졌다’고 했던 수많은 추모객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습니다. 배우 장현성과 설경구, 황정민, 배성우, 최덕문, 방은진, 가수 박학기, 박승화, 이적,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을 비롯한..
2024.07.25 -
집에서 죽을 권리
건강하게 살다 내 집에서 잠자듯 임종을 맞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임종 장소는 집이고, 1990년대 초반만 해도 10명 중 8명이 집에서 임종을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온몸에 의료기기를 매단 채로 생을 마감한다. 집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는 경우는 16%에 불과하다. 집에서는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탓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돌아본 네덜란드 노인 돌봄 현장은 의료 간호 요양 제도를 연계해 운영한다면 집에서 임종을 맞는 일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준다. 네덜란드는 병원에서 임종하는 비율이 2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고령자들은 주간 돌봄 시설에서 이웃과 텃밭을 가꾸고 동물을 기르며 활기찬 노년을 보낸다. ..
2024.07.24 -
홍준표만 빼고는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은 원칙을 어긴 일이라며 사과했다고 합니다. 이어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이 총장은 일각의 사의 표명설에 대해 "2년 2개월이나 검찰총장 역할 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 있고 무슨 미련이 남아 있겠느냐"면서도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
2024.07.24 -
대법원 동성혼 간접 인정의 문제점
동성 커플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그동안 동성혼을 합법화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 대법원이 사실상 동성혼 합법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물론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이 동성혼의 합법화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번 판결은 단지 동성 커플에 대해 사실혼 관계에 준하는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와 파장은 결코 작지 않으며, 향후 동성혼 합법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우려가 큰 것은, 동성혼에 대한 찬반 문제를 떠..
202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