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서울포토클럽(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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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양반
양반이란 조선의 신분제도에서 문반과 무반을 아우르는 지배계층에 대한 칭호에서 비롯되었지만, 사전적 의미는 ‘지체나 신분이 높거나 문벌이 좋은 상류 계급에 속한 사람’이라는 뜻 외에 ‘점잖고 예의바른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 많이 쓰인다. 청풍명월로 상징되는 충청도가 양반의 고장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조선시대에 충청도 사람들이 문무반의 높은 벼슬을 많이 했다는 징표이겠지만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이 바로 신분계급을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충청도 사람을 양반이라 한 것은 심성이 어질고 언행이 신중해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었기 때문일 거였다. 내 고향이 충청도지만 사람들이 나더러 ‘충청도 양반’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사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지만 내 주변에서 보면 충청도 출신 중에 정말 ‘양반’..
2021.07.18 -
서울 포토클럽1(만남과 헤어짐)
나는 사진을 ‘만남’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사진은 사진기와 만나는 것이고 그 사진기를 통한 사물과의 만남이고 또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과의 만남이다. 사람과의 만남은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나는 이런 만남을 늘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만남 중에는 사진을 통해서 공감하는 사람과의 만남도 있다 나는 만남을 좋아해서 사진을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진기를 통해서 가보카메라를 알았고 가보카메라를 통해서 『서울포토클럽』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서울포토클럽』에 가입했던 때가 1987년 9월이니까 벌써 30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때는 서울포토클럽이 아니라 『월간사진 서울지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내가 스물 세 번째의 회원이었으나 지금은 다 떠나고 최운철, 이동근..
2021.07.18 -
서울포토클럽2(일곱 번의 전시회)
나는 예능에는 전혀 재질이 없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는 좋아했지만 음정박자가 제대로 맞게 부른 노래는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들 내가 목소리를 타고나서 노래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지만 불행히도 절대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내가 음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래에 욕심을 부린 적은 없지만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나는 그림도 잘 그리지 못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림에서 구성도 모르고 색감도 둔해서 실기시험을 보면 겨우 낙제를 면할 정도의 기본 점수만 받곤 했었다. 그러니 사진을 시작해서도 내가 사진에 관심을 갖고 오래 할 줄을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내가 사진기를 오래 만질 수 있었던 것은 ..
2021.07.18 -
진정한 로맨티스트(Romanticist)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글을 올리고 사진도 내고 하니까 나를 가르쳤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고 하던데 웃기는 소리다. 내가 겸손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나에게 사진을 가르쳐주신 분은 딱 한 분 성낙인 선생님이시기 때문이다. 내가 사진기를 오래 만진 것은 가보카메라 덕이었고 사진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성낙인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자신한다. 내가 성낙인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은 『월간사진클럽 서울지부』클럽에 가입하면서 부터였다. 처음엔 선생님께서 많이 근엄해 보이셔서 가까이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주 따뜻한 성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교직에 있는 것을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가까워지게 된 거였다. 선생님께서는 늘 유머가 넘치시고 따뜻한 정이 많으신..
2021.07.18 -
하늘로 가신 멘토
내가 『서울포토클럽』에서 윤 이사장님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겠지만 나는 그 우연을 단순한 우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고 들어 올 수 있고 마음먹으면 떠나갈 수 있는 곳이 동호회지만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른 거고 또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거였다. 윤윤웅 님, 벌써 돌아가신지 3년이 지났지만 나는 윤 이사장님을 평생 기억할 거라고 자신한다. 같이 만나서 활동한 기간이 그리 긴 편도 아니고 또 특별한 관계였던 것도 아니지만 이사장님의 그 따뜻한 웃음과 마음은 내 가슴에 영원히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윤 이사장님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다. 윤윤웅 님은 중랑구 중화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고 계실 때에 우리 『서울포토클럽』에 오셨다. 1992년 여름이었는데 친구이신 중..
2021.07.18 -
사진으로 다시 만난
내가 서울클럽 총무를 맡고 있으면서 세 번째 전시회를 준비할 때였던 것 같다. 저녁 때 충무로 현상소에 갔다가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을지로 3가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다가 나는 눈에 익은 얼굴을 만났다. 경희대 국문과 84학번인 상희였다. 상희는 작은 키에 무겁고 큰 맨프로트 055삼각대를 들고 있었다. 나는 반갑게 ‘상희 아니냐?’고 물었더니 놀라면서 ‘맞다’고 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어서 길게 얘기할 수가 없어서 ‘사진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나도 사진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고는 전시회 준비로 바쁘니 다음에 연락하자고 얘기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나는 상희에게 지금 전시회 준비 중이니 그리로 꼭 한 번 오라고 당부했다. 전시회를 할 때 많은 사람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맞..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