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서울포토클럽(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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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볼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였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아무리 변명을 해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얘기를 해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걸 굳이 억울하다거나 오해라고 해명할 생각은 없지만 나는 남자이니 남자보다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 아닌가? 내가 남자를 더 좋아한다고 하면 그건 하늘이 놀랄 일일 거다. 내가 만나는 여자는 초등학교 동창과 선후배, 대학 후배 그리고 『서울포토클럽』에서 만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학교에 계약직으로 왔다간 제자 같은 여자 교사 몇 명과 오랜 시간 연락을 주고받기는 ..
2021.07.18 -
사랑스런 모녀
『서울포토클럽』은 1991년부터 격년제로 클럽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가 한 번 끝나면 회원 몇 명은 꼭 빠져 나갔고 전시회가 열린 다음엔 상당수의 회원들이 들어왔다. 예전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어디에 무슨 클럽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으므로 사진잡지에 광고가 나가는 클럽이 아니면 대학로에 와서 전시회를 보고는 물어서 가입하는 사람들이 있어 전시회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들어왔던 거였다. 전시회를 하면 거기 출품한 회원들이 자기들 지인을 초대하여 사진전을 보여주고 모임을 갖곤 하니까 그렇게 해서 저변이 확대되는 영향도 있었다. 1998년 1월에 우리가 네 번째 전시회를 할 적에 왔다가 우리 『서울포토클럽』에 들어 온 전 실장은 이화여대 미술과를 나와서 교과서를..
2021.07.18 -
언젠간 가겠지만
『서울포토클럽』은 2005년 3월 4일 ~ 6일의 일곱 번째 전시회를 끝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도교수이신 성낙인 선생님을 모시고 최운철, 이동근, 이영주, 윤태일, 박병창, 정동길, 최광옥, 허준배, 정구원, ○혜진, ○정희, 박종린, ○경숙, ○영아가 참여한 ‘自然15人展’을 끝으로 더 이상 전시회를 열지 못하였다. 14명이 참여했는데 15인이 되었던 것은 참여하기로 했던 분이 마지막에서 빠져서 그렇게 된 거였다. 우리 몇 사람은 전시회는 더 열지 못했어도 계속 모임을 이어나갔다. 한 달에 한 번 촬영과 품평회를 가졌는데 지도교수님께서 병환으로 함께 하지 못하면서 점점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다가 2011년 11월 26일에 돌아가신 뒤에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지금 내가 자주..
2021.07.18 -
어디서 다시 만나든
서울클럽에 와서 만난 친구 중 가장 오래된 사람이 동근이다. 동근이는 나보다 두세 달 먼저 가입해서 오랜 시간을 같이 어울렸고 사진 찍는 만큼이나 술자리도 같이 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동근이는 나보다 사진에 훨씬 가깝고 그것이 그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어서 취미로 사진을 찍는 나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서로가 통하기 때문에 격의 없는 사이 정도가 아니라 속을 다 터놓고 쓴 소리도 마음대로 해댈 수 있는 정말 가까운 친구이다. 사회에서 사진으로 만난 친구지만 오랜 세월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고향 친구처럼 되어버렸다. 동근이는 지금 천안에 내려가 있어서 생활귄이 천안이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서울클럽의 일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 하는 믿음직한 친구이다. 창복이는 서울클럽에서 10년을 넘게 만났..
2021.07.18 -
우연 혹은 인연
남자 학교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여자 제자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움이었다. 더도 덜도 말고 예쁘고 착한 여자 제자 셋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내가 마음속에 생각하는 직계 제자가 스무 명쯤 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니 남자 제자야 걱정할 것이 없지만 여학교에 근무할 일이 없으니 어디서 꿔올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방법은 사진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1990년 8월말 어느 토요일에 2학기가 시작되면서 당시 2학년이었던 우리 반의 진규가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가게 되어 송별회를 겸한 MT를 경기도 장흥으로 갔었다. 말이 MT여서 반 아이들이 전부 참여한 것은 아니고 희망자만 데려 갔다. 당시 환상의 콤비로 불리던 반장 세근이와 부반장 환석이, 떠나는 당사자인..
2021.07.18 -
서울클럽의 사랑방, 드림호프 4,680마리의 통닭
나는 무엇을 구입할 때나 술을 마실 때 한 번 정해 놓은 집만 다닌다. 그렇게 믿고 다니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술집도 늘 같은 집만 다닌다. 어떤 집을 단골로 정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일 것이다. 남자들이 첫 번째로 선호하는 이유는 술집 아줌마가 “예쁘냐?”라는 것일 게다. 누가 뭐라 해도 이쁜 아줌마가 있는 집이 우선이다. 그다음은 그 아줌마가 ‘친절하냐?’가 선택의 이유가 될 것이고 세 번째는 음식 맛이라고 생각한다. 더러 아줌마가 이쁜 것과 술맛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지만, 이것은 다 개개인의 취향이니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또 이쁜 것의 기준도 다 달라서 우리는 가끔 서로에게 눈이 삐었다는 핀잔을 하지만 그거 역..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