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3(마지막 휴머니스트)(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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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형이와 규범이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형이와 규범이 낙엽이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조병화, 「낙엽끼리 모여 산다」에서, 84학번 지형이는 내게 가까운 국문과 후배 중에 끝번이다. 지형이와 단짝이었던 석만이가 있는데 이 친구는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만 풍문으로 들었고 못 본지가 20년이 넘었다. 지형이는 재수해서 국문과에 왔고 당시 78명 중 차석으로 들어왔다. 내가 3학년 때 국문과 학회장을 지냈는데 1학년 과대표였던 지형이를 종그락 부리듯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형이에게 많은 일을 시켰다. 그때 학회장인 나를 도와 일..
2012.03.26 -
사모님, 선생님을 따라가시다
귀촉도. 사모님 소천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서정주. 「귀촉도」에서 2018년 9월 27일 목요일이었다. 6교시 수업이 끝난 뒤에 교무실에 와보니 영희 선생으로부터 부재 중 전화가 와 있어 바로 전화를 했더니, 우리 선생님 사모님이 어제 별세했다는 부음을 전했다. 많이 울었다고 목소리가 영 안 좋았다. 영희 선생이 세세하게 얘기를 하지 못하고 울먹여서 길게 통화를 하지 못했다. 나는 내일 조문을 가겠다고 영희 선생에게 얘기를 하고는 선생님 따님인 우리 양에게 전화를 했는데 우리 양도 경황이 없어서 두서가 없는 말을 해서 내일 가겠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집에 와서 ..
2012.03.26 -
우리 선생님께
우리 선생님께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박남수. 「종소리」에서, 선생님, 평안하신지요? 선생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신지 벌써 15년입니다. 시간은 언제나 똑같다고 하지만 요즘 들어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벌써 예순다섯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서울 북창동에서 대희, 수명이, 흥술이, 정숙이, 순희와 즐거운 시간 갖고 선생님 얘기 많이 했습니다. 대희는 몇 년 전에 명퇴를 했고, 수명이는 작년 8월 31일에 정년 퇴임, 저는 올 2월 28일에 정년 퇴임을 했습니다. 흥술이는 2025년에 정년 퇴임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저희가 다 별 탈 없이 교직생활을 마칠 ..
201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