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3(마지막 휴머니스트)(63)
-
황홀한 모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 먼 훗날 슬픔을 주는 것을, 이 나이에 순희는 내가 복학해서 만난 첫 여학생이었다. 나는 초등학교만 남녀공학인 셈이었으나 여자하고 가깝게 지낸 기억은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여자에게 말을 붙여 본 적이 없고, 고등학교 다닐 적에 여자 선..
2012.03.27 -
행 복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국문과 82학번에서 공부를 잘 했던 여학생 중에 한 사람이 미경이었다. 여자들은 대부분 장학금을 타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내가 보기엔 미경이는 국문과 학생답게 문학에 ..
2012.03.27 -
즐거운 편지
내가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2학년 여름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전날 술에 잔뜩 취해 밖에서 자고 한 낮이 조금 지난 시간에 회기역에서 내렸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꾀죄죄한 몰골로 ..
2012.03.27 -
그리움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어도 / 너는 충분히 가깝지 않았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 번째 미경이는 84학번 미경이다. 84학번 미경이가 막내인 셈이다. 내가 4학년에 다닐 적에 85학번이 1학년으로 들어와 다녔지만 내가 학회의 일을 맡고 있지 않을 때라 1학년..
2012.03.27 -
생의 노래
옴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 흙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경건해진다. 내가 서울클럽 총무를 맡고 있으면서 세 번째 전시회를 준비할 때였다. 저녁 때 충무로 현상소에 갔다가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을지로 3가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다가 나는 눈에 익은 얼굴..
2012.03.27 -
은방울 꽃
사는 일에 힘이 부쳐 / 내 몸 하나 세우기 버거울 때마다 / 너를 만나러 간다 별 문제없이 잘 끝나나보다 했던 학회장 자리가 엉뚱한 일로 회오리바람에 휩쓸렸던 것이 1984년 가을이다.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경희대학교가 의대, 한의대, 법대만 서울에 남고 다른 단과대..
201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