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3(마지막 휴머니스트)(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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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琉璃窓)Ⅰ, 은덕이 영면하다
유리창(琉璃窓)Ⅰ, 은덕이 영면하다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정지용.「유리창(琉璃廠)Ⅰ」에서, 2013년 4월 17일 곧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문제 출제와 원격연수로 종일 정신이 없었다. 미리미리 해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늘 일을 뒤로 미루다가 시한이 촉박해서 일을 하려니 더 힘들고 꼭 일이 겹쳐서 문제가 된다. 새로운 교과 과정에 대한 원격연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해서 마지못해 신청했는데 깜빡 잊고 있다가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계속 ..
2012.03.26 -
역(驛), 글쟁이 시만이
역(驛), 글쟁이 김시만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만 역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 한성기. 「역(驛」에서, 경희대 국문과 82학번에 ‘시만’이가 있었다. 82학번 남학생 중에 대부분은 중간에 휴학을 하고 군에 입대를 해서 나와 4년을 같이 지낸 사람이 거의 없는데 시만이는 병역을 면제받아 나와 4년을 함께 지냈다. 82학년 국문과 신입생 중에 나이가 나와 같은 사람이 셋이 있었고 나보다 두 살 위인 형이 한 명 있었다. 그리고 재수를 해서 들어온 학생들이 대여섯 명인데 거기에 시만이가 있었다. 나이가 좀 많은 우리 넷(한 사람은 여자여서 같이 어울리지 않았다.)과 재수생들과 고등..
2012.03.26 -
저문 날의 생각, 박지연 선생님
저문 날의 생각, 박지연 선생님 저문 날 물가에 앉아 추억을 찾아낸다. 생각도 하나하나 낚아서 챙겨놓고 구름도 바람도 듬뿍 한 망태기에 담아야지. 늦도록 잊고 산 사람 바람처럼 찾아오면 그 무슨 그리움 하나 등불처럼 걸어놓고 강물은 추억으로 넘치거라 바람으로 울거라. 노래가 되고 한 편의 그림이 되는 만경강의 황금빛 들녘은 오늘도 추억으로 흐르고 있다. 저무는 강가에 노을이 섧듯이. -박지연, 「저문 날의 생각」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이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올 가을 들어 제일 춥다는 날이었다. 하필 월요일에 자습감독이라 다른 요일의 자습감독보다 부담이 훨씬 더 컸다. 거기다가 날도 춥다고 해서 아침부터 하루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이 11월 11일이니 예년 같으면 빼빼로데이라고..
2012.03.26 -
인동(忍冬) 잎, 언제나 중기
인동(忍冬) 잎, 언제나 중기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서울 근교(近郊)에서는 보지 못한 꽁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먹고 있다. 월동(越冬)하는 인동(忍冬) 잎의 빛깔이 -김춘수, 「인동(忍冬)」에서 83년에 국문과 1학년으로 복학한 중기는 학번은 81학번이었지만 삼수를 하고 들어온 나이가 많은 친구였다. 내가 82년에 1학년에 복학하면서 괜히 무게를 잡았던 것처럼은 아니지만 중기도 83년에 1학년으로 복학하면서 83학번의 맏형이 되었다. 처음 중기와 만난 것은 국문과 전체 MT를 가서였던 것 같은데 중기와 많이 친하게 된 것은 같이 울릉도에 답사를 가면서부터였다. 당시 답사는 전체가 가는 게 아니고 희망자만 갔는데 노강 선생님과 우리 선생님 두 분이 지도교수로 함께 가셨고 대..
2012.03.26 -
능금, 돈키호태는 아니어도
능금, 돈키호태는 아니어도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나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에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김춘수, 「능금」에서, 호태는 국문과 83학번이다. 83학번 남학생 중에서 내가 졸업을 한 뒤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낸 사람이 호태, 기윤이, 종수, 석영이인데 호태와 기윤이는 국문학과 동기면서 고등학교도 제천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드문 경우였다. 호태는 강원도 영월이 고향이고 기윤이는 충북 제천이 고향인데 둘이 같은 고등학교와 같은 학과를 다닌 거였다. 우리 국문과에 제천고등학교 출신이 여러 명이 있다. 81학번 태한이, 82학번 미희, 83학번 호태와 기윤이, 86..
2012.03.26 -
귀천(歸天). 기윤이 하늘로 가다
귀천(歸天). 기윤이 영면하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천상병, 「귀천(歸天)」에서, 83학번 기윤이는 2015년 9월 14일에 세상을 버렸다. 9월 8일 화요일에 화곡고등학교 홍규 선생이 문자를 보내 기윤이가 암이 뇌로 전이되어 위독하다고 토요일에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문병을 가자고 했었다. 그 토요일은 내가 고향으로 벌초하러 가기로 되어 있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 갈 수가 없었지만, 이 사실을 기윤이와 가깝게 지내던 포천여자중학교의 호태에게 전했다. 그리고 김포 공항에 있는 중기에게도 전화로 알렸다. 두 사람이 다 일이 있어 그날 갈 수가 없다고 해서 그럼 우리끼리 날을..
201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