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진과 사진기(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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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짝사랑
나는 지난 30년 간 사진에 빠져 있었다. 아니 나는 30년 동안 사진기와 사랑에 빠졌던 거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그 사진을 찍는 사진기를 더 좋아하고 사랑한 거였다. 지금도 사진기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함이 없지만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기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내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내가 사진기를 구입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1987년 4월 말에 학교에 찾아 온 외판원에게서 생각지도 않았던 사진기를 산 것이다. 그 외판원도 학교에 사진기를 팔러 왔다기보다는 동원정밀에서 일본 펜탁스와 제휴하여 상당히 고급스런 사진기를 내어 놓는다는 브로셔를 가지고 잠깐 학교에 들렀던 거로 알고 있다. 그 사람은 홍보하러 왔다가 운이 좋게도 당시 45만원하는 사진기를 다섯 대나 팔았으니 엄청난 횡재를 하고 ..
2021.07.18 -
라이카파일(Leicaphile)를 꿈꾸는 펜탁시안(pentaxian)
나는 펜탁시안(pentaxian)이다. 지난 30년 간 내가 주로 선택하고 사용한 사진기는 펜탁스였다. 나는 국산 사진기를 쓰지 않는 것이 늘 죄스런 마음이지만 현재 내가 마음 놓고 쓸 만한 국산 사진기는 나와 있지 않다. 내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국내 사진기업체들은 전문가들이 마음 놓고 구입할만한 사진기를 내어 놓지 않고 있다. 한 때 나를 비롯한 많은 사진인들이 삼성카메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대를 다 접은 상태다. 나는 펜탁스를 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갖고 싶은 사진기는 라이카다. 그러니까 ‘라이카파일(Leicaphile)’를 꿈꾸는 ‘펜탁시안(pentaxian)’이다. 내가 라이카를 장만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사치이고 실현 가능하지 않은 꿈같은 얘기지만 내게 그런 날이 오기..
2021.07.18 -
허망한 로망, 라이카(Leica)
사진기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사진기의 대명사로 캐논(canon)을 얘기할 것이다. 스포츠의 현장이나 뉴스거리가 되는 곳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사진기가 캐논이다. 캐논은 디지털사진기로 발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여 오늘날 어느 곳에서나 사진기하면 캐논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이를 보면서 가장 배가 아픈 사진기는 니콘(nikon)일 고라고 생각한다. 니콘은 디지털사진기가 일반화되기 이전에 전 세계를 주름잡던 사진기였다. 그러나 캐논과 니콘이 자신들의 명함을 꺼내기가 민망한 사진기가 있으니 그게 바로 35mm 사진기의 지존 라이카(Leica)이다. 라이카가 어떤 사진기인지 잘 알지 못하는 사진인들도 많겠지만 사진기의 살아있는 전설은 라이카이다. 라이카 앞에 사진기 없고 라이카 뒤에 사진기 없다는 말을 자신 있게..
2021.07.18 -
가보 카메라
1980년대 후반의 내 무대는 종로 3가였다. 나는 1987년 가을부터 종로에 있는 가보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뒤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종로에 직장이 있는 사람처럼 거의 날마다 종로 3가에 나갔다. 거길 나가야 마음이 편했고 거길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 늘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것이 하루 일과의 끝이었다. 내가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에 30년 전통을 자랑하던 「가보카메라」는 200년대 초반에 충무로로 이전했고 50년 전통을 얘기할 무렵에 문을 닫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곳이 되고 말았다. 내가 20년이 넘게 드나들었고 내가 가졌던 수많은 사진기와 렌즈는 모두 가보카메라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 내 사진기에 관해선 가보카메라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가보카메라에 처..
2021.07.18 -
충청도 양반
양반이란 조선의 신분제도에서 문반과 무반을 아우르는 지배계층에 대한 칭호에서 비롯되었지만, 사전적 의미는 ‘지체나 신분이 높거나 문벌이 좋은 상류 계급에 속한 사람’이라는 뜻 외에 ‘점잖고 예의바른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 많이 쓰인다. 청풍명월로 상징되는 충청도가 양반의 고장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조선시대에 충청도 사람들이 문무반의 높은 벼슬을 많이 했다는 징표이겠지만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이 바로 신분계급을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충청도 사람을 양반이라 한 것은 심성이 어질고 언행이 신중해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었기 때문일 거였다. 내 고향이 충청도지만 사람들이 나더러 ‘충청도 양반’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사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지만 내 주변에서 보면 충청도 출신 중에 정말 ‘양반’..
2021.07.18 -
서울 포토클럽1(만남과 헤어짐)
나는 사진을 ‘만남’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사진은 사진기와 만나는 것이고 그 사진기를 통한 사물과의 만남이고 또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과의 만남이다. 사람과의 만남은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나는 이런 만남을 늘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만남 중에는 사진을 통해서 공감하는 사람과의 만남도 있다 나는 만남을 좋아해서 사진을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진기를 통해서 가보카메라를 알았고 가보카메라를 통해서 『서울포토클럽』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서울포토클럽』에 가입했던 때가 1987년 9월이니까 벌써 30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때는 서울포토클럽이 아니라 『월간사진 서울지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내가 스물 세 번째의 회원이었으나 지금은 다 떠나고 최운철, 이동근..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