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진과 사진기(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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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가겠지만
『서울포토클럽』은 2005년 3월 4일 ~ 6일의 일곱 번째 전시회를 끝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도교수이신 성낙인 선생님을 모시고 최운철, 이동근, 이영주, 윤태일, 박병창, 정동길, 최광옥, 허준배, 정구원, ○혜진, ○정희, 박종린, ○경숙, ○영아가 참여한 ‘自然15人展’을 끝으로 더 이상 전시회를 열지 못하였다. 14명이 참여했는데 15인이 되었던 것은 참여하기로 했던 분이 마지막에서 빠져서 그렇게 된 거였다. 우리 몇 사람은 전시회는 더 열지 못했어도 계속 모임을 이어나갔다. 한 달에 한 번 촬영과 품평회를 가졌는데 지도교수님께서 병환으로 함께 하지 못하면서 점점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다가 2011년 11월 26일에 돌아가신 뒤에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지금 내가 자주..
2021.07.18 -
어디서 다시 만나든
서울클럽에 와서 만난 친구 중 가장 오래된 사람이 동근이다. 동근이는 나보다 두세 달 먼저 가입해서 오랜 시간을 같이 어울렸고 사진 찍는 만큼이나 술자리도 같이 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동근이는 나보다 사진에 훨씬 가깝고 그것이 그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어서 취미로 사진을 찍는 나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서로가 통하기 때문에 격의 없는 사이 정도가 아니라 속을 다 터놓고 쓴 소리도 마음대로 해댈 수 있는 정말 가까운 친구이다. 사회에서 사진으로 만난 친구지만 오랜 세월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고향 친구처럼 되어버렸다. 동근이는 지금 천안에 내려가 있어서 생활귄이 천안이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서울클럽의 일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 하는 믿음직한 친구이다. 창복이는 서울클럽에서 10년을 넘게 만났..
2021.07.18 -
우연 혹은 인연
남자 학교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여자 제자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움이었다. 더도 덜도 말고 예쁘고 착한 여자 제자 셋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내가 마음속에 생각하는 직계 제자가 스무 명쯤 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니 남자 제자야 걱정할 것이 없지만 여학교에 근무할 일이 없으니 어디서 꿔올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방법은 사진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1990년 8월말 어느 토요일에 2학기가 시작되면서 당시 2학년이었던 우리 반의 진규가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가게 되어 송별회를 겸한 MT를 경기도 장흥으로 갔었다. 말이 MT여서 반 아이들이 전부 참여한 것은 아니고 희망자만 데려 갔다. 당시 환상의 콤비로 불리던 반장 세근이와 부반장 환석이, 떠나는 당사자인..
2021.07.18 -
서울클럽의 사랑방, 드림호프 4,680마리의 통닭
나는 무엇을 구입할 때나 술을 마실 때 한 번 정해 놓은 집만 다닌다. 그렇게 믿고 다니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술집도 늘 같은 집만 다닌다. 어떤 집을 단골로 정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일 것이다. 남자들이 첫 번째로 선호하는 이유는 술집 아줌마가 “예쁘냐?”라는 것일 게다. 누가 뭐라 해도 이쁜 아줌마가 있는 집이 우선이다. 그다음은 그 아줌마가 ‘친절하냐?’가 선택의 이유가 될 것이고 세 번째는 음식 맛이라고 생각한다. 더러 아줌마가 이쁜 것과 술맛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지만, 이것은 다 개개인의 취향이니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또 이쁜 것의 기준도 다 달라서 우리는 가끔 서로에게 눈이 삐었다는 핀잔을 하지만 그거 역..
2021.07.18 -
구름이 좋은 날
오늘은 서울 하늘이 무척 맑았습니다. 비가 그친 하늘이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이 얼마 만인지 정말 아득합니다. 비가 그친 뒤에 중국으로부터 황사가 온다고 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서울 하늘이 좋았습니다. 이제 많은 꽃들이 지고 나무들이 새 잎을 틔우는데 이런 봄날이 얼마 안 있으면 여름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창경궁에 가서 잎이 피는 나무와 아직 기다리는 나무들을 담았습니다.
2020.04.18 -
으름꽃
제가 으름꽃을 좋아하는데 이 꽃을 서울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화도나 김포 등의 야산이나 산 속 냇가에 가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어제 선유도에 가서 이 꽃을 보았습니다. 제가 고향에서 보던 꽃보다는 좀 부실하고 작지만 멀리 가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오늘 다시 선유도에 가서 몇 컷을 더 찍었습니다. 으름은 충청도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야생과일입니다. 생긴 것이 바나나처럼 길쭉한데 가을에 다 여물면 가운데가 벌어져서 과육이 보이고 씨가 좀 많은 것이 흠이지만 단맛이라 먹을만 합니다.
202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