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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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대천바다 한 가운데 중침 세침 빠지거다 여나믄 놈의 사공들이 상앗대로 귀 꿰어 내단 말이 있셔이다 님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 조선후기에 나온 걸로 알려진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이다. 중침(中針), 세침(細針)은 중간크기의 바늘과 가는 바늘인데 바다에 빠진 중침과 세침을 사공들이 배를 밀어낼 때 쓰는 상앗대로 바늘귀를 꿰어 들어낸단 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있으니 백 사람이 백 마디의 말을 하더라도 님이 짐작해달라는 얘기다. 즉 말도 안 되는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님이 제대로 판단하라는 당부이다. 정말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우리 국문과 선생님을 둘러쌌던 일이 있어 내가 여기에 그 전말을 옮겨 놓는다. 서정범 성폭행 루머 사건 또는 경희대 성추..
2012.03.26 -
결혼, 고우리 결혼식
고우리 결혼식 외로운 별 하나가 역시 외로운 별 하나와 만났다. 세상에 빛나는 별 두 개가 생겼다. -나태주, 「결혼」에서, 선생님 장녀인 고우리 양이 2012년 8월 25일에 강동웨딩문화센터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 소식은 사모님과 간간이 내왕이 있는 영희가 전해 주었다. 사모님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폐가 될까 부담스러우나 제자 중 나에게만은 꼭 알리라고 하셨다 한다. 나는 당연히 축하할 일이라 참석했다. 선생님께서 후학과 제자들에게 베푸신 음덕을 생각하면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사모님의 뜻을 헤아려 다른 사람에게는 결혼 소식을 따로 전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는 지금 사모님과 가끔 소식이 닿는 사람은 몇 사람뿐이다. 그동안 사모님과는 대화나 전화 통화를 한 적이 거의 없어 선생님을 곁에서..
2012.03.26 -
유리창(琉璃窓)Ⅰ, 은덕이 영면하다
유리창(琉璃窓)Ⅰ, 은덕이 영면하다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정지용.「유리창(琉璃廠)Ⅰ」에서, 2013년 4월 17일 곧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문제 출제와 원격연수로 종일 정신이 없었다. 미리미리 해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늘 일을 뒤로 미루다가 시한이 촉박해서 일을 하려니 더 힘들고 꼭 일이 겹쳐서 문제가 된다. 새로운 교과 과정에 대한 원격연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해서 마지못해 신청했는데 깜빡 잊고 있다가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계속 ..
2012.03.26 -
역(驛), 글쟁이 시만이
역(驛), 글쟁이 김시만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만 역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 한성기. 「역(驛」에서, 경희대 국문과 82학번에 ‘시만’이가 있었다. 82학번 남학생 중에 대부분은 중간에 휴학을 하고 군에 입대를 해서 나와 4년을 같이 지낸 사람이 거의 없는데 시만이는 병역을 면제받아 나와 4년을 함께 지냈다. 82학년 국문과 신입생 중에 나이가 나와 같은 사람이 셋이 있었고 나보다 두 살 위인 형이 한 명 있었다. 그리고 재수를 해서 들어온 학생들이 대여섯 명인데 거기에 시만이가 있었다. 나이가 좀 많은 우리 넷(한 사람은 여자여서 같이 어울리지 않았다.)과 재수생들과 고등..
2012.03.26 -
저문 날의 생각, 박지연 선생님
저문 날의 생각, 박지연 선생님 저문 날 물가에 앉아 추억을 찾아낸다. 생각도 하나하나 낚아서 챙겨놓고 구름도 바람도 듬뿍 한 망태기에 담아야지. 늦도록 잊고 산 사람 바람처럼 찾아오면 그 무슨 그리움 하나 등불처럼 걸어놓고 강물은 추억으로 넘치거라 바람으로 울거라. 노래가 되고 한 편의 그림이 되는 만경강의 황금빛 들녘은 오늘도 추억으로 흐르고 있다. 저무는 강가에 노을이 섧듯이. -박지연, 「저문 날의 생각」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이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올 가을 들어 제일 춥다는 날이었다. 하필 월요일에 자습감독이라 다른 요일의 자습감독보다 부담이 훨씬 더 컸다. 거기다가 날도 춥다고 해서 아침부터 하루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이 11월 11일이니 예년 같으면 빼빼로데이라고..
2012.03.26 -
인동(忍冬) 잎, 언제나 중기
인동(忍冬) 잎, 언제나 중기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서울 근교(近郊)에서는 보지 못한 꽁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먹고 있다. 월동(越冬)하는 인동(忍冬) 잎의 빛깔이 -김춘수, 「인동(忍冬)」에서 83년에 국문과 1학년으로 복학한 중기는 학번은 81학번이었지만 삼수를 하고 들어온 나이가 많은 친구였다. 내가 82년에 1학년에 복학하면서 괜히 무게를 잡았던 것처럼은 아니지만 중기도 83년에 1학년으로 복학하면서 83학번의 맏형이 되었다. 처음 중기와 만난 것은 국문과 전체 MT를 가서였던 것 같은데 중기와 많이 친하게 된 것은 같이 울릉도에 답사를 가면서부터였다. 당시 답사는 전체가 가는 게 아니고 희망자만 갔는데 노강 선생님과 우리 선생님 두 분이 지도교수로 함께 가셨고 대..
201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