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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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노래
옴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 흙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경건해진다. 내가 서울클럽 총무를 맡고 있으면서 세 번째 전시회를 준비할 때였다. 저녁 때 충무로 현상소에 갔다가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을지로 3가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다가 나는 눈에 익은 얼굴..
2012.03.27 -
은방울 꽃
사는 일에 힘이 부쳐 / 내 몸 하나 세우기 버거울 때마다 / 너를 만나러 간다 별 문제없이 잘 끝나나보다 했던 학회장 자리가 엉뚱한 일로 회오리바람에 휩쓸렸던 것이 1984년 가을이다.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경희대학교가 의대, 한의대, 법대만 서울에 남고 다른 단과대..
2012.03.26 -
「찔레꽃」, 『찔레꽃 고운 당신』
「찔레꽃」, 『찔레꽃 고운 당신』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 -김영일. 「찔레꽃」에서 『찔레꽃 고운 당신』은 ‘故 高敬植 교수 추모글 모음’으로 ‘錦峰 高敬植 교수 추모문집간행위원회 엮음’으로 나온 책이다. 국학자료원에서 출간했는데 2009년 6월 1일에 인쇄하고 같은 달 10일에 발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제목을 ‘찔레꽃 고운 당신’이라고 한 것은 우리 선생님께서 주석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면 가장 많이 부른 노래가 「찔레꽃」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이 책에 「선생님 전 상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 편 실었다. 이 책을 내가 받은 것은 2009년 6월 14일 일요일에 선생님 묘소에 가서다. 선생님 ..
2012.03.26 -
이별가, 錦峰 高敬植 교수와 나
이별가, 錦峰 高敬植 교수와 나 뭐라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뭐라카노, 바람에 불어서 이승 아니믄 저승에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라카노, 뭐라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은 말자, 하직은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라카노 뭐라카노 뭐라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박목월. 「이별가」에서 가장 후회가 남는 날 2007년 5월의 어느 날이다. 오후 세 시경 금봉과 그의 제자 한 사람이 광화문 나의 사무실(일제강점기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들렀다. 스승의 날 전후라 제자가 금봉에게 약주를 한 잔 대접한 것 같았다. 보아하니 취기가 돌아 얼큰한 상태였다. 금봉은 나랑 한 잔 더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직 낮이고 또 상당한 취기가 있어..
2012.03.26 -
낙타, 서정범 선생님 영면
낙타, 서정범 선생님 영면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신경림. 「낙타」에서 2007년 6월에 우리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는 경희대국문과 인연을 끊다시피 하고 지냈다. 아니 1991년 8월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부터는 회기동으로 갈 일도 없었고 국문과의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에는 내가 크게 성공하여 국문과에 뭔가 기여할 것처럼 지냈지만 졸업하고 나니 갈 일이 많지 않았다. 대개 모교 행사라는 것들이 ‘돈’을 낼 때만 부르고 뭔가 부탁할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고 좋..
2012.03.26 -
꽃나무, 서정범 선생님
꽃나무, 서정범 선생님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近處)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熱心)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히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 -이상, 「꽃나무」에서 선생님에 대한 위키백과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정범(徐廷範, 1926년 9월 23일 ~ 2009년 7월 14일)은 대한민국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시인·국문학자·수필가·민속학자·무속연구가·사회학자·철학자였다. 본관은 이천 서씨 1958년 자유문학으로 문단에 등단, '병상기(病床記)'와 '미리내' 등 많은 수필을 발표했고, 모교인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 성추문 루머에 휘말려 대학교수직을 사퇴했다. 이후 무속인의 무고임이 밝혀졌으나 교직에 복귀하..
201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