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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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경
내가 서울에 처음 가 본 것은 일곱 살 때였다. 그 당시엔 광천 장에만 따라 갔다 와도 자랑거리가 되던 때라 서울에 간다는 것은 동네서 폼 잡을 일이었다. 서울에 친인척이 없으면 갈 일도 없으니 서울에 누가 산다는 것은 큰 힘이 되던 시절이다. 요즘으로 얘기한다면 어디 해외여행이라..
2012.02.28 -
얼음과자와 팥빙수
며칠 전에 TV를 잠깐 보니까 〈검정 고무신〉이라는 만화가 나오고 있었다. 그 만화의 배경이 60년대와 70년대를 아우르는 것이어서 눈에 띄면 나도 즐겨보는 프로이다. 그 날 내가 본 내용은 아이스케키에 관한 것이었다. 주인공인 기철이가 동네 아이들과 아이스케키를 사 먹고는 배탈이..
2012.02.28 -
외상으로 먹었다지만
내 어릴 때 기억 중에 긴가 민가 하는 것이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외상을 먹었다고 놀림을 받은 거였다. 나는 중학교에 다닐 적에도 어느 상점에서 외상을 먹고 갚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어 외상 먹는 문제는 지금도 부끄러운 일 중의 하나이다. 학교도 안 들어 간 내가 ..
2012.02.28 -
밤 가는 줄 몰랐다
어릴 때 옛날이야기를 무척 좋아하였다. 그러니까 대여섯 살 먹은 때부터 옛날이야기를 들었지만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들은 기억은 거의 없다. 할아버지는 나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처럼 귀여워 하셨으나 나는 할아버지를 어려워했다. 항상 나를 앞세우고 다니기를 좋아하셨는데도..
2012.02.28 -
칡인가 칡뿌리인가
요즘 외곽으로 나가다 보면 길가에 칡즙을 파는 아저씨들이 있다. 어디서 캔 것인지 보기 좋게 크고 매끈한 칡뿌리를 여남은씩 진열해 놓고 그것으로 짠 칡즙을 컵으로 판다. 나는 그런 곳을 만나면 자주 사서 마신다. 무슨 특별한 맛이 있다기보다는 추억이 그리워서이다. 그런데 요즘 ..
2012.02.28 -
나도 싱아를 먹었다
박완서 님이 쓴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싱아를 우리 마을에서는 쉬엉이라고 불렀다. 어릴 때, ‘달래 먹고 달려가고 쉬엉 먹고 쉬어가자’는 말이 있었는데 우리도 쉬엉은 많이 먹었다. 우리 약방 밭 덤불 둑에 쉬엉이 많이 자생하여 돌을 몇 개 거두어 내면 ..
201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