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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청구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집권하자마자 한국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이상 올리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했다. 그해 7월 안보 관련 회의에선 “한해 35억달러를 쓰면서 2만8000명의 병력이 (한국에) 왜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 데려오자”고도 했다. 참모들은 “3차대전을 막기 위한 것”, “철수 땐 항모전단 추가 배치 등으로 비용이 열 배 더 들 것”이라며 기를 쓰고 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설명했다. 참모들의 만류에도 트럼프는 이듬해 말 협정 만료를 앞두고 철군을 위협하며 분담금 50억달러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한·미는 1991년 방위비분담협정을 맺고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비의 일부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이 떠안는 건 한국인 인건비와 훈련장·숙소·교육·작전·통신시설 등 건설비, 탄약 저장..
2024.10.19 -
초대 받지 않은 손님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불과 2주 정도 남았습니다. 안보나 경제에 있어서 우리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선은 항상 우리의 관심사였지만, 이번 선거는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특별한 선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가 전례 없는 사건과 반전으로 얼룩진 선거라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지난 7월 피격당한 직후,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불끈 쥔 사진을 남길 때만 하더라도 선거의 승자는 결정된 것으로 누구나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을 뿐 아니라, 늘 주장해왔던 것처럼 자신을 제거하려는 심층국가(deep state) 음모론이 ‘입증’되었다고 지지자들에게 선전할 수 있게 되었기 ..
2024.10.19 -
다음엔 뭘까 겁난다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씨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에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고 썼다. 대통령실은 ‘철없는 오빠’는 대통령이 아니고 여사의 친오빠라고 했다. 솔직히 이 해명을 신뢰하지 않는다. 전후 맥락상 두 사람의 정무적 판단이 맞선 것 같은데, 명씨처럼 거물 행세하는 사람이 정치 경험이 없는 친오빠와 논쟁을 벌였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 말을 믿는 셈 치고 싶다. 그러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여사는 카톡에서 “명 선생님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라고 썼다. 명씨에 대한 최상급 평가이자 전적인 신뢰 표시다. 이 문자는 20..
2024.10.18 -
정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 고독사 사망자가 지난해까지 5년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50·60대 남성이 절반 이상이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도 40%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17일 보건복지부가 경찰청 형사사법정보를 토대로 2022·2023년 고독사 사망 사례를 조사해 발표한 ‘2024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2년 주기)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으로 2021년(3378명)에 비해 소폭 증가했습니다.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9년(2949)과 2020년(3279명)까지 고려하면 5년째 증가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2023년부터 고독사 범위를 넓게 규정한 법을 적용해 조사한 것’과 ‘전체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이 다소 영향을 미쳤을..
2024.10.18 -
공항 포퓰리즘
프랑스 AFP통신은 ‘2007년 황당 뉴스’ 중의 하나로 ‘한국의 한 지방에 어떤 항공사도 원치 않는 공항이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은 ‘한국에는 이상한 공항이 있다’였다. 1억4000만달러나 들여 개항했으나 어떤 항공사도 취항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이용객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 AFP가 공항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른바 ‘정치 공항’ 중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정권의 실력자, 유력 정치인이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지역 표심을 얻으려는 계산에서 추진했던 공항이다. 정치논리를 앞세워 세워졌던 김영삼 공항(강원 양양). 김중권 공항(경북 울진), 유학성 공항(경북 예천), 정동영 공항(전북 김제) 등은 사정이 엇비슷했다. 당시 양양공항은 성수기인 7, 8월에도 이용객이 하루 평균 2∼..
2024.10.17 -
바보야,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음주 초 만남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계파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친한(친한)계는 재보선을 앞두고 최악의 국정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대통령실과 선을 긋기 위해 김 여사 논란을 적극 비판하고 있는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선을 넘었다'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갈등의 향배는 10·16재보선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경쟁 환경이 국가 간 부(富)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주장은 정치가 얼마나 삶에 영향을 주는지 새삼 일깨운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말이 지금 이 나라에선 올곧다. 수상자 세 사람은 개인의 자유, 창의성이 보장되고 ..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