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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승만?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날 저녁 편집국은 숨쉴 틈 없을 만큼 긴박했다. 수상자 발표는 오후 8시, 시내판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눈썹까지 타오르면서 남은 수명 떨어지는 소리가 쿵쿵 들리는 듯했지만,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놀라운 사건을 이튿날 신문 4개면에 기록할 수 있었다. 유능하고 민첩한 동료 기자들 덕분이다. 우리말로 생각하고 우리말로 글 쓰는 문학인이 처음으로 노벨상을 탔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에 영구히 기록될 대사건이다. 수상자 개인도 영광이지만 우리말을 함께 쓰는 사람으로서 기뻐하고 축하해 마땅하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엔 오랜 세월 선배 문인들이 쌓아온 우리 문학의 온축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한강도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 전..
2024.10.22 -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국민들이 동의할 만한 최소한의 자격과 절차 없이 정치와 국정 운영에 개입하는 자들을 우리는 ‘비선’이라고 부르는데, 한국 사회는 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권력은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최서원(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뒤돌아보면 모든 정권의 불행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선거에 공을 세웠으니 이후 생길 권력에 일정 지분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공적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입니다. 명태균과 관련된 온갖 의혹들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명태균이 정치적 숙주로 삼았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의혹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집권 여당의 최상위 의사결정에 개입..
2024.10.22 -
소가 웃을 일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어제 최고위원회를 열어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의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탄핵소추의 절차와 시기는 원내 지도부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막말과 조롱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는 “어제(17일)는 대한민국 법치 사망 선고일”이라고 비난했다. “도둑을 지키라고 경비로 고용했더니 경비가 떼도둑이 됐다”고도 했다. 하루 전에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검찰을 향해 “김건희의 개”라고 비하했다.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빌미로 다음 달 ‘김건희 특별법’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이 대표 1심 선고를 겨냥한 저급한 정치 공세가 아닐 수 없다. 심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의혹 수사가 끝날 무렵인 지난..
2024.10.21 -
마이동풍
집권세력을 둘러싼 정국 상황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이번 재보선ㆍ보궐선거전을 지휘한 한동훈 대표의 어제 발언대로 “국민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평가하는 게 옳을 겁니다. 대통령실은 어제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라고 했는데, 윤 대통령부터 낮은 자세로 전면적인 리더십·인적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인데, 그 핵심은 김 여사 문제일 겁니다. 한 대표는 어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적극 협조 등 3대 해법을 요구했습니다. 그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명해 온 것과 달리, 어제는 공개회의 석상에서 김 여사를 거명해 공식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내주 초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독대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이슈가..
2024.10.21 -
대체 무엇을 믿고
재보궐선거에서 온갖 악재 속에 그나마 여당이 두 군데를 이겨 체면치레했지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민심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이다. 서울시교육감 및 강화군수 보궐선거 득표를 분석해보면, 최악의 참패를 당한 제22대 총선에 비해 더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국정 표류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0% 초반(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맴도는데도 용산 대통령실은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조차 못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만나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여권 분열과 공멸로 치달을 수 있다. 이번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으로 출마 한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진보 진영의 정근식 후보가 얻은 표(50.24%)에 미치지 못한다. 강남 3구와 용산에서만 보수 진영..
2024.10.20 -
아니러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10총선 이후 6개월째 20%대에, 최근 두 달은 취임 후 최저 수준인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습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선 지지율이 정상적 국정운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울 지경인데, "많은 저항이 있지만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한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말문이 막힌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2%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이슈였던 김건희 여사 문제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중 경제·민생·물가에 이어 두 번째였습니다. 야권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은 63%에 달했고, 보수층에서도 특검법 찬성(47%)과 반대(46%)가 팽팽했습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
202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