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6497)
-
망가진 정치가 부른 전쟁
조금 과장을 보태면, 지금의 중동전쟁을 예고한 전조는 빵이었다. 가자전쟁부터 이스라엘-이란 전면전 위기까지 일련의 사태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테러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보다 1년 반 전, 2022년 4월 6일 이스라엘 국회의원 한 명이 돌연 탈당을 선언한다. 당시 집권당 야미나의 원내대표였던 이디트 실만은 하메츠(누룩으로 발효시킨 빵)를 문제 삼았다. 유월절엔 하메츠를 안 먹는 유대교 관습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당을 떠났다. 크네세트(국회) 120석 중 61석, 단 한 석 우위로 아슬아슬 유지되던 집권연정은 그의 ‘빵 탈당’에 깨지고 말았다. 그 연정에는 의석을 가진 13개 정당 중 8개가 참여하고 있었다. 아랍계 소수당까지 긁어모아 부패 혐의로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몰아..
2024.10.04 -
대한민국, 국민이 불쌍합니다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과열 경쟁으로 급속히 혼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양당은 ‘매표형 공약’도 서슴지 않아 한국 정치의 수준을 자유당 시절 고무신·막걸리를 뿌리던 선거로 되돌렸다는 개탄까지 나오고 있다는데, 이번 재선거는 기초단체장 선거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호남 민심 쟁탈전이 되면서 모두 사생결단의 형국이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표는 영광에 내려가 군민 1인당 1년에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고 합니다. 또 곡성군민에겐 매년 1인당 50만원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혁신당 장현 영광군수 후보는 당선 시 행복지원금 1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받아쳤다는데, 마치 포커판의 레이즈처럼 이 ..
2024.10.04 -
검찰 내부서도 ‘부글부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이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자 검찰 내부에선 “국민이 어떻게 볼지 걱정” “대통령실도 책임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이 분출했다. 수사팀은 “법률가의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임을 강조했지만 수백만 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는데 처벌할 수 없다는 수사 결과는 국민 공감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특히 제2부속실 설치 등 정무적으로 해결했어야 할 일을 검찰이 떠안은 것이란 불만도 나왔다. 한 간부급 검사는 2일 “법리를 떠나 영부인이 금품을 받았다는 건 도덕적으로 창피한 일”이라면서도 “국민들은 명품가방을 받았는데 적용할 처벌 조항이 없다는 부분에 의구심이 많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평검사는 “법리와 무관하게 검찰 신뢰도는 더 떨어질 것 같다”며 “이제 검..
2024.10.03 -
진짜 모르나?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를 초청, 만찬을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찬에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 ,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동훈 대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통령실은 매년 국정감사를 앞둔 격려 차원의 연례행사라고 설명했지만 독대를 공개적으로 요청해온 여당 대표를 또 '왕따'시키는 건 아닌가라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국힘 지도부 간 이번 만찬은 한 대표도 참석했던 지난달 24일 만찬 이후 8일만인데, 오는 4일이나 5일로 예상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재의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어 윤 대통령이 원내 지도부를 상대로 직접 '표 단속'..
2024.10.03 -
두 일본인의 쓸쓸했던 추석
지난 추석 오후, 망우역사문화공원 산책길을 걸었다. 서울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역대 가장 늦은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2024년 뒤끝 더위’ 속에 ‘가을저녁’(秋夕)이 무색했다. 흠뻑 젖은 등허리의 땀을 식히기 위해 망우산 고갯길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섰다. 저 멀리 한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바로 이곳에 섰다. 지금의 구리시 ‘건원릉’ 묫자리를 친히 답사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환궁하던 중이었다. 그러고는 ‘내가 이 땅을 얻었으니 근심을 잊을 수 있겠다’라고 경탄했다 하여 이곳을 ‘망우리’(忘憂里)라 이름 붙였다. 다시 망우산 숲속 사잇길을 짚어 내려가는데, 봉긋이 솟아오른 봉분마다 성묘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깊이 뿌리 박힌 잡초를 솎아 내고 흙탕물로..
2024.10.02 -
독도 지우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낸 파면 결의안은 신박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했다는 이유로 고위공직자에 대해 국회에서 “즉각 파면하라”는 결의안이 나온 것은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 차장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실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같은 시각적 묘사를 해놓은 부분도 낯설다는 얘기가 많나 봅니다. 문제가 된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환영식 동영상을 보면 옆에 도열해 있던 김 차장이 두리번거리다 멈칫한 채 서 있는 모습이 어색하긴 해도 고의적인 경례 거부로 단정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이를 “의도적”이라고 문제 삼으면서 과거 논란이 됐던 그의 일본 관련 발언을 덧붙여 ‘친일 매국’을 제목에 달아 놓은 결의안은 어설프기 짝이 없을..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