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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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전어
옛 문헌에 전어는 화살 전(箭·정약전 ‘자산어보’)을 쓰기도, 돈 전(錢·서유구 ‘임원경제지’)을 쓰기도 했다. 바닷가에선 화살 한 묶음처럼 열 마리씩 묶어 팔던 값싼 생선이지만, 내륙 도읍에선 비단 한 필 값에도 사먹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연간 십 수만t씩 잡히던 1980년대만 해도 해안지방에서 다른 생선을 사면 덤으로 주는 ‘箭魚’였는데, 2000년대 ‘며느리 컴백’ 마케팅과 함께 각지의 전어축제가 성황을 이루며 ‘錢魚’의 입지를 다져 왔다. 전어구이는 한국과 일본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입맛을 보여주는 대표적 요리다. 일본인은 전어 굽는 냄새를 왠지 역하다고 여겨 주로 초절임이나 초밥을 해 먹는 반면, 한국에서 집 나간 며느리는 회도, 무침도 아닌 전어 기름이 타는 그 냄새에 돌아온다. 이에 ..
2024.10.01 -
지금은 뭐가 다른가
국회로 돌아올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여권 내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인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이탈표 방지를 위한 표 단속에 나섰지만 여당 내부에선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특검법 자체가 대형 악재”라며 “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만큼 4일 시한까지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 재가 시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겨냥한 ‘국정농단 제보센터’를 띄우는 등 김 여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하며 여당 내 이탈표를 압박..
2024.10.01 -
이재명·조국 `호남 쟁탈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0·16 재보선에서 호남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두 당에 호남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패한 쪽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호남 승부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가 하나 떠오르고 있다. 전남 영광지역에 잔존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한 팬심이다. 이 팬심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광군수와 곡성군수 재선거 중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영광군수 재선거다. 유력 주자 중 한명이었던 장현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해 혁신당 후보로 출마하는 등 정치구도에 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장세일 민주당·장현 혁신당 후보와 이석하·오기원 무소속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각..
2024.09.30 -
그들이 꿈 꾸는 것은
거야(巨野)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악순환을 거듭하던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정당 추천 국가인권위원 중 여당 추천 인사를 야당이 표결에서 뒤집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의 탄생으로 예상됐던 정치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신뢰가 대전제인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게다가 거대 야당이 이런 식으로 표결 횡포를 부리면, 국회 추천 몫은 모두 과반 정당이 독점하는 일도 벌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와 헌법재판소 등의 국가기관은 정치 중립과 다양성 차원에서 여야에 추천권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여야 교섭단체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는 여야 합의로 추천해 온 관례가 그동안 지켜졌는데,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2024.09.30 -
청와대 관저에서 맴돌던 의문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가족 친지들과 함께 청와대를 둘러본 뒤 머리를 맴돌던 물음은 이런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왜 이곳에 들어오지 않고 무리한 이전을 추진했던 것일까.’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적 공간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 곁에서 소통 행보를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취지는 어찌 보면 가히 혁명적 발상이었다. 과거 왕조 시대의 유물인 왕궁 개방부터가 혁명적 체제 변화에 동반된 것이었다. 현대 들어서도 1979년 이란 혁명으로 탄생한 이란이슬람공화국은 구체제 타파를 기념하기 위해 팔레비 왕조의 왕궁을 전면 개방해 박물관 등으로 활용했다. 권력 공간을 옮기는 것은 단순한 지리적 차원의 이전이 아니다. 과거 권력과의 단절 및 체제 전환이라는 시대사적 함의가 담긴 것이다. 민주적 대통령제 시대..
2024.09.29 -
‘모든 책임은 여기에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용산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은 상황에서, 그간 거야(巨野)의 공세를 방어하던 여당까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는 차츰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지만 김 여사가 추석 연휴 전후로 마포대교 방문 등 공개행보를 이어가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독대가 불발되면서 윤·한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고발 사건이 반전 포인트를 맞이하면서 칼자루를 쥔 검찰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인데, 검찰은 거야의 ‘검찰해체’ 공세에 이미 적잖은 부담을 ..
202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