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개갈 안나고 뜬금없는2(우물을 나온 개구리)(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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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준비
입대했던 첫 겨울은 전방에서 보냈다기보다 원주 1하교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서 월동준비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원주에 간 것이 12월 말이라 전방에서 겨울을 맞이한 셈이지만 그땐 철책 근무라는 특수 상황이었고 바로 부대 이동이 있어 이미 월동준비가 다 끝난 상황이었다. 내가 ..
2012.03.21 -
사나이 가슴에 불을 당긴다
군에 가기 전에는 늘 막걸리만 마셨다. 그러나 군에서는 소주였다. 막걸리를 마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니 그렇게 하기엔 소주가 적당했다. 그때 마신 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 경월소주였다. 우리는 보통 1.8리터 대병으로 사다가 마..
2012.03.21 -
박달나무
오서산은 큰 산이지만 큰 나무가 없다. 어느 책에선가 보니까 자유당정권 시절에 이승만대통령 생일축하 사절로 오던 자유중국 비행기가 오서산에서 추락하여 불이 나 산의 나무가 다 탔다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그 사실을 확인하였더니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고 이미 왜정 때에 나..
2012.03.21 -
만년필
내가 만년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김소운 선생님의 「외투」라는 수필을 읽고서이다. 〈기차 떠날 시간이 가까웠다. 내 전신을 둘러보아야 청마에게 줄 아무 것도 내게 없고, 포켓에 꽂힌 만년필 한 자루가 손에 만져질 뿐이다. 내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불란서제 '콩쿠링'ㅡ, 요..
2012.03.21 -
편 지
내가 편지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군에 가서 백암산 철책에 근무할 때부터였다. 그 전에는 고등학교 방학 때에 친구들과 만나기 위한 연락을 취하는 정도가 고작이었고, 서울에서 재수를 할 때는 ‘산 너머’와 주고받은 여나믄 통의 편지가 전부였다. 철책 근무를 한다는 것은 ..
2012.03.21 -
늦은 대학생이었지만
나는 1982년 1월 14일에 전역을 했다. 남들은 대학에 다니다가 군에 가면 대학에서 받은 교련교육의 혜택으로 6개월 가까운 복무단축을 받았다지만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바로 입대했기 때문에 교련을 받지 않아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 그리고 34개월 만기 복무에 운이 따르지 않아 14일이나..
2012.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