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다.고향, 추억)(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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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우물이 있던 풍경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 우물 속에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閏四月) -아주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두레박을 넘쳐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두레박을 넘쳐흐르는 푸른 전설(傳說..
2012.03.01 -
여우가 나고 자란
우리 집은 광성리 25-3이었다. 아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 어떻게 번지가 나누어져 있었는지 지금도 궁금하지만 이것은 특이한 일로 생각되었다. 대청마루가 넓었던 본채와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머슴 아저씨가 거처하기도 한 사랑채, 그리고 외양간과 광으로 구성된 헛간이 ㄷ자 형으로 구..
2012.03.01 -
큰 바위 얼굴
사실 나는 아버지를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열두 살 되던 해에 아버지는 52세의 연세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들은 열두 살이면 그 때의 일을 다 안다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알기에는 너무 크고 넓은 어른이셨다. 아버지에 대한 나의 가장 큰 기억은 아버지가 무척 두려웠던 ..
2012.03.01 -
나뭇가지가 고요하고자 하나
어머니는 남에게 싫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언성을 높이실 때도 없었다. 늘 작고 부드러운 일관된 음성으로 말씀을 하셨다. 다른 사람과 다투시는 일을 본 적도 없지만 우리들에게 거친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 나는 학교에서 말이 거칠기로 유명하지만 이건 순전히 군에서 습관이 된..
2012.02.28 -
사랑방에 불은 꺼지고
우리 집에는 사랑방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사랑방이라는 개념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났다. 수업을 하면서 알고 보니 내가 말하는 사랑방은 다른 지역의 행랑방과 겹치는 거였다. 우리 집은 본채와 사랑채, 그리고 광과 헛간, 외양간이 있는 아래채가 ㄷ자 형으로 되어 있었다. ..
2012.02.28 -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약간은 과장된 얘기겠지만 고모들이 모이면 하시는 말씀이 ‘성벌에서 우리 밥 안 먹고 산 집이 어디 있느냐’는 거였다. 나는 어렸을 때의 일이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집이 큰일을 할 때는 이웃집 어른들이 애들을 데리고 와서 밥을 많이 먹었다. 우리 집이 크게 부잣집은 아..
201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