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수필집/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다.고향, 추억)(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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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구경을 갔다가
서울에 살면서 영화 구경하는 것이 유일한 문화생활이다. 때로는 가족과 함께, 때로는 제자들과 함께, 때로는 동료 선생님들과 영화를 보러 다닌다. 나는 언제든 혼자 가지는 않는다. 술집에도 혼자 가는 일이 없지만 영화를 보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어디든 혼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
2012.02.24 -
왕마구리만 먹었다
나는 미식가라고 자처하지는 않지만 내심으로는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자신한다. 요즘 소위 '미식가'라는 사람들을 보니까, 어디에 무엇을 잘 하는 집이 있다면 이리저리 물어서 꼭 가보고, 직접 먹어서 맛을 확인하는 게 자랑이다. 나는 그런 부류까지는 아니다. 다만 맛을 조금 아..
2012.02.24 -
메뚜기도 한 철이라지만
냇가에 살던 새우가 멸종이 된 뒤 새롭게 나타난 새우는 내가 예전에 보았던 새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씁쓸했는데 메뚜기도 그렇다. 요즘 다시 나타났다는 메뚜기는 내가 알던 예전의 그 메뚜기가 아니다.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이면 논에는 메뚜기 천지였다. 언제 알에서 깨어, 어..
2012.02.24 -
옷바시와 바다리
나는 벌과 지네를 두려워한다. 오히려 뱀은 그리 두렵지 않다. 시골에서 두려워할 것이 이것들밖에 더 있던가? 오서산엔 호랑이도 늑대도 사라진 지 오래이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뱀을 두려워할 것이지만 나는 뱀을 두려워한 적이 거의 없다. 아니 뱀 잡는 것을 좋아해서 뱀을 ..
2012.02.24 -
머루랑 으름이랑 먹고
산에 가면 먹을 것이 많았다. 봄에는 진달래꽃, 아카시아꽃을 먹었고 멍가도 먹었다. 떫은맛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입에 넣고 씹을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가을이 되면 뽀루수, 아그배, 머루, 으름, 밤 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먹을 게 사방에 있었다. 오서산에서 '다래'를 따 ..
2012.02.24 -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작년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일요일이 닿아서 오서산으로 억새 사진을 찍으러 갔었다. 오서산 정상의 억새 이야기는 이미 많은 지면에 소개되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오랜 시간 벼르기만 하다가 하루 날을 잡아 친구 갤로퍼를 타고 찾아간 거다. 그 때는 서해안고속도로가 서평택까지..
2012.02.24